점심먹고 오른 내 혈당, 왜 내려가지 않나요?

소화와 혈당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1. 혈당은 우리 몸이 소화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될 때 오르기 때문에 얼마나 소화가 빨리 되는지에 따라 혈당이 오르는 속도가 달라집니다.

2. 탄수화물은 소화가 빨리 되어 혈당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고 그에 비해 단백질과 지방은 소화의 과정이 느려 혈당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3.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불필요한 식사의 양을 줄이고 식사를 한 이후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을 하는 것이 좋습니다.


[목차]

1. 소화의 과정

2.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식사

3. 식후 혈당 관리


자가혈당측정기(BGM)를 사용하여 손끝에서 혈당을 측정할 때는 식후 2시간 뒤 혈당을 주로 측정합니다. 그래서 그 이후 혈당이 얼마나 내려갔고 올라갔는지는 알기 어려웠는데요.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24시간 혈당이 연속적으로 측정이 되기 때문에 식사를 한 직후, 2시간 뒤, 심지어 그 이후에도 혈당이 어떻게 변화하는지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가끔 점심을 먹은 이후 오른 혈당이 식전만큼 떨어지지 않고 점진적으로 오른 상태를 유지하고 있는 걸 보기도 합니다. 식후 혈당이 오른 상태로 저녁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무엇 때문이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1. 소화의 과정

혈당은 내 몸의 상태와 내가 먹는 음식에 따라서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식후 혈당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소화의 과정을 먼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음식을 섭취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소화 과정이 진행된 뒤 음식의 영양소에 반응해서 혈당이 오릅니다. 


소화는 먼저 입에서 시작합니다. 입에서 음식을 부수어 잘게 만드는 저작 작용을 포함한 물리적인 소화를 지나 몸속 기관에서 잘게 부수어진 음식을 세포에서 활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변환하는 화학적인 소화과정을 거칩니다. 물리적 소화는 음식을 작은 조각으로 기계적으로 분해하는 것을 말하며, 이때 음식은 치아에 의해 분해되고 타액과 혼합되어 소화액과 섞이게 됩니다. 그다음 위에서는 근육 수축과 소화액의 혼합에 의해 음식이 더욱 분해됩니다. 


반면에 화학적 소화는 위와 소장에서 효소 및 기타 화학 물질의 작용을 통해 음식물을 더 작은 분자로 분해하는 것을 말합니다. 이때 우리의 몸은 탄수화물을 단당류로,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지방을 지방산과 글리세롤과 같은 작은 단위로 분리하여 몸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바꾸게 됩니다. 따라서 혈당은 우리 몸이 화학적 소화하는 과정에서 영양소가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흡수될 때 상승하기 때문에 얼마나 소화가 빨리 되는지에 따라서 혈당이 빠르게 오르기도 느리게 오르기도 합니다.



2. 혈당이 천천히 오르는 식사

기본적으로 탄수화물은 다른 영양소에 비해 소화가 빨리 됩니다. 짧으면 30분에서 1~2시간이면 소화가 되고 탄수화물이 소화되면서 포도당으로 분해되어 혈당을 상승시키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식후 1시간, 또는 식후 2시간 뒤의 혈당을 측정하는 것입니다. 

반면에 단백질과 지방은 탄수화물에 비해 소화의 과정이 느리게 진행됩니다. 일반적으로 단백질은 소화에 3~4시간 정도가 걸리기 때문에 식후 2시간이 지났는데도 혈당이 높다면 고기나 생선, 두부 등 단백질 함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지방의 경우는 소화가 가장 오래 걸리는 영양소인데, 지방은 탄수화물의 소화와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혈당을 천천히 상승시키기도 하지만 또 장시간 혈당이 높은 상태로 유지되게 하는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따라서 만약 고지방 고탄수 음식을 먹었다면 혈당이 느리게 상승하지만, 장시간 고혈당이 유지될 수도 있습니다.


혈당의 급격한 상승을 예방하기 위해 지방을 곁들인 식사가 권장되기도 하지만, 지방에는 좋은 종류와 나쁜 종류가 있기 때문에 현명하게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고 지방을 얼만큼 섭취하는지도 주의해야 합니다. 불포화지방산처럼 우리 몸에 도움이 되는 지방을 적당량 탄수화물과 곁들여 먹는 것은 혈당을 천천히 상승시키고 지나친 고혈당을 예방하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지만, 가공식품이나 마가린, 튀김 등에 많이 있는 트랜스지방을 선택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좋지 않습니다. 또 지방을 다량 섭취하는 것은 비만의 원인이 될 수 있는데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되기 때문에 지방을 곁들인 식사를 할 때는 주의가 필요합니다.



3. 식후 혈당 관리

혈당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불필요한 식사의 양을 줄이는 것입니다.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이라면 영양소를 골고루 충분히 먹어주는 것이 필요하지만, 성인기 이후에 과잉의 영양분은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습니다. 특히 몸에서 혈당이 높아지는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중년 이후에 혈당을 적절한 수준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몸에 좋은 음식과 그렇지 않은 음식을 구별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주식이 밥이기 때문에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을 많이 섭취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극단적으로 탄수화물을 절제하는 것 역시 건강에 좋지 않습니다. 탄수화물과 단백질, 지방을 적절한 비율로 배분하여, 건강한 식재료와 요리법을 활용해서 균형 잡힌 식단을 섭취한다면 혈당을 적절히 관리하며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식사할 때 첨가당과 정제 탄수화물이 적고 섬유질, 단백질, 건강한 지방이 많은 음식을 섭취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혈당 지수(GI)가 낮은 식품을 선택하면 혈당 수치가 급격히 상승할 가능성이 작습니다. 혈당 지수가 낮은 식품의 예로는 콩나물, 양배추, 오이, 버섯 등과 같이 녹말이 없는 야채, 통곡물, 콩류 등이 있는데 같은 양의 탄수화물이라 하더라도 흰쌀밥에 감자조림을 먹는 것보다 잡곡밥에 버섯, 콩나물을 중심으로 한 식사를 하는 것이 혈당 상승의 폭이 작습니다. 그리고 식단을 구성할 때는 섬유질이 풍부한 탄수화물 + 저지방 단백질 + 불포화 지방산을 적절한 비율로 조합하여 먹는 것이 안정적인 혈당 수치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그리고 혈당 관리를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마시는 게 도움이 됩니다. 체내에 수분이 부족해도 혈당이 농축되어 고혈당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고혈당 상태에서는 소변을 더 자주 보게 되기 때문에 수분부족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물을 적당량 마시면 과도한 당을 체외로 배출하고 탈수를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이뇨 작용이 있는 커피나 당이 포함된 음료를 통한 수분 보충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식사를 한 이후 걷기와 같은 가벼운 운동은 식사 이후 생성된 포도당을 소모하고 혈당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근육은 포도당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식사 후 몸속에 늘어난 포도당을 빠르게 소비하기 위해서 걷기, 자전거 타기, 스쿼트와 같은 하체 대근육 중심의 가벼운 운동을 식후 30분 뒤에 하게 되면 식사로 인해 높아지는 혈당을 빠르게 떨어뜨릴 수 있습니다.


당뇨병을 관리하다 보면 무엇을 얼만큼 먹어야 할 지가 가장 고민이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사람에 따라 혈당이 반응하는 정도가 차이 나기도 하고 같은 사람도 언제 어떤 음식과의 조합으로 먹었냐에 따라 혈당이 다르기도 합니다. 건강한 식단을 구성할 때는 좋은 탄수화물과 저지방의 단백질, 그리고 좋은 지방을 적당량 조합해 먹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지속적인 혈당 측정을 통해 어떤 음식이 나와 잘 맞는지, 어느 정도 먹는 것이 좋은지를 지속적으로 찾아가고 기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