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식사법, 한번 도전해 보세요!

식사 순서와 그에 따른 혈당의 변화에 대해 알려드립니다. 


[닥터파스타의 3줄 핵심 요약]   

1.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음식을 먹는 순서에 따라 혈당이 다르게 나옵니다.

2. 탄수화물은 식수 혈당 상승에 가장 큰 영향을 주어서 탄수화물과 다른 영양소의 섭취 순서를 변경해 먹는 것을 추천합니다.

3. 채소류나 단백질류를 탄수화물보다 먼저 섭취하면 일찍 포만감을 느낄 수 있어 전체적으로 먹게 되는 섭취량을 줄일 수 있습니다. 


[목차]

1. 식사 순서와 혈당

2. 식사 순서가 혈당에 영향을 주는 이유


당뇨병 환자들은 식습관 개선에 대한 이야기를 꼭 듣게 됩니다. 혈당 관리를 위해서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당이 많이 포함된 음식 섭취를 자제하는 등 좋은 식습관의 중요성을 늘 강조 받게 되는데요. 그러다 보니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도 항상 참아야 하는지 궁금하기도 하고 분명 혈당에 안 좋을 것 같은 음식을 먹고 나면 마음 한구석에 죄책감이 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음식을 먹는 순서에 따라 혈당이 다르다면 어떨까요? 어떤 음식을 먹는지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먹는지도 중요한 혈당 관리의 팁을 지금 알려드리려고 합니다.


1. 식사 순서와 혈당

식사를 한 후에는 혈당이 상승하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당뇨병 환자는 정상인에 비해 식후 혈당의 상승 정도가 크고 급격합니다. 식후 고혈당은 당뇨병과 심혈관질환의 발생 및 사망 위험을 증가시키기 때문에 당뇨병 전단계인 환자나 당뇨병 환자는 식후 혈당을 목표 범위 이내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한데, 음식을 섭취하는 순서만 바꿔도 식후 혈당을 줄일 수 있다는 여러 연구들이 있습니다.

식후 혈당 상승에 가장 큰 요인은 음식에 포함된 탄수화물입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탄수화물과 다른 영양소의 섭취 순서를 변경해 먹어보고 혈당을 측정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했는데요. 예를 들어 일본의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는 생선이나 고기를 밥보다 먼저 섭취하면 밥을 먼저 먹는 것보다 식후 혈당 상승과 혈당 변동성이 개선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음식을 먹는 순서를 바꾸었을 때 식후 혈당이 개선되는 효과는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과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동일하게 확인되었는데요. 당뇨병 전단계인 사람이 탄수화물을 먹기 전에 단백질과 채소 또는 채소만을 먼저 섭취했을 때 식후 혈당이 개선되었고, 채소만 먼저 섭취한 경우에는 식후 혈중 총 인슐린 수치도 감소한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1형 당뇨병 환자에서도 단백질과 지방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섭취하면 반대의 경우에 비해 식후 혈당 상승이 좋아지고, 혈당 변동성이 감소하였으며, 혈당이 목표 범위 내로 유지되는 시간이 증가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음식 섭취 순서에 따른 식후 혈당 개선 효과는 단기적 효과뿐만 아니라 장기적인 효과도 있었습니다. 

제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8주간 단백질과 지방을 탄수화물보다 먼저 섭취하게 한 경우 8주 뒤 공복 혈당, 식후 혈당, 당화혈색소 수치 및 혈당 변동성 등이 모두 개선되었고, 또 다른 연구에서는 채소를 탄수화물보다 먼저 섭취하도록 하였을 때 당화혈색소 수치와 혈당 변동성의 개선이 최대 2.5년까지 지속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2. 식사 순서가 혈당에 영향을 주는 이유

이처럼 같은 음식을 먹더라도 어떤 순서로 먹느냐에 따라 혈당에 각기 다른 영향을 줍니다. 음식을 먹는 순서는 혈당에 어떤 영향을 주기 때문에 이런 현상이 생기는 걸까요?

먼저, 채소류나 단백질류를 탄수화물보다 먼저 섭취하면 상대적으로 열량이 적은 음식으로 일찍 포만감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따라서 전체적으로 먹게 되는 섭취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혈당이 많이 높아지지 않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그리고 생선과 육류 등의 단백질을 먼저 섭취했을 때 소화에 관여하는 호르몬인 '인크레틴'이 식후에 더 많이 분비되는데요. 인크레틴 호르몬은 췌장을 자극해 혈당을 낮추는 호르몬인 인슐린 분비 양을 증가시키고, 인슐린과 반대되는 작용하는 글루카곤 기능을 억제하는 역할을 합니다. 또한 인크레틴은 위장관 운동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식욕을 조절해 주고, 위 운동을 느리게 만들어 탄수화물이 소장에서 흡수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을 길게 해 혈당 조절에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음식의 섭취 순서를 바꾸는 것은 ‘거꾸로 식사법'이라는 말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채소 > 단백질/지방 > 탄수화물 순서로 먹는 것이 바로 이 ‘거꾸로 식사법'인데요. 예를 들어 햄버거를 먹는다고 했을 때, 물론 한입에 모든 부분을 먹는 것이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이지만, 한 번쯤은 혈당 건강을 위해 양상추와 토마토 > 패티 > 빵의 순서로 먹어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연속혈당측정기(CGM)를 착용하고 있다면 탄수화물을 가장 마지막에 먹는 식사법만으로 내 식후 혈당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직접 체험해 보는 건 어떨까요? 


참고자료

식사 중 탄수화물은 언제 먹어야 하나, J Korean Diabetes 2018;19:193-199

2021 당뇨병 진료지침 7판, 대한당뇨병학회